요즘 우리 사회는 잘 참지 못하고 욱하며 남에게 화풀이하기 일쑤다. 화, 즉 분노란 무엇일까? 분노는 자극에 대한 불편한 감정인데 이 감정
반응이 매우 강하고 세다. 평상시에 화를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창구를 이용할 수 없을 때, 담아놓은 감정 풍선이 한계치를 넘어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 분노는 Raymond에 의해 3가지 종류로 나눠 살펴볼 수 있는 데 인지적
분노, 신체-감정적 분노,
행동적 분노이다. 인지적 분노란 본인 스스로 화가 어느 정도 났는지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짜증 난다.’ ‘열
받는다.’ 요즘 말로 ‘킹 받는다.’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인지적 분노에 의해 신체와 감정이 반응을
실제로 일으키는데 주로 긴장하고 머리로 열을 받는 느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초조하고 얼굴이 빨갛게 변하는 것 등이 예가 되겠다. 이때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면 적의감을 보이며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내리치거나 사람에 대해서 공격할 수도 있다. 아니면
반대로 화가 나는 상황을 피하는 등의 철수하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는 화병은 주로 인지적
분노와 신체-감정적 분노를 억누르고 이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할 때 발생하며, 분노조절장애는 행동적 분노를 밖으로 표출할 때, 강도가 세고 횟수가
잦을 때 일컫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분노하게 될까? 분노는 대부분 다른 사람에 의해서 발생하게
된다. 고의적으로 유발된 불쾌하고 공정하지 못한 상황을 경험하게 될 때 생긴다.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부도덕한 행동을 지켜보게 되었거나, 나를 빈정거리거나 무시하거나 공개적으로 모욕 당할 때 분노하게 된다. 이
밖에도 분노의 원인은 너무나도 다양하다. 그런데 왜 어떤 사람은 행동적 분노를 많이 할까? 이는 생물학적 원인으로도 살펴볼 수 있다. 주로 세로토닌이 부족하거나
중독자의 경우 도파민이 과다할 때 충동 조절이 더 어려우며 남성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경우도 그렇다. 또한
옥시토신이 부족할 경우 친화성이 감소하면서 분노하게 된다. 뇌 영상학적으로도 전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 집중력 저하 및 문제해결 능력, 충동 조절 능력이 떨어지며 좌측 측두엽의 이상이 생길 경우
성격이 이상하고 화를 폭발하는 등의 행동 문제가 발생한다.
분노의 원인에
따라 분류하기도 하는데 1) 돌발성 분노, 2) 잠재적 분노, 3) 생존적 분노, 4) 체념 성 분노, 5) 수치심에 의한 분노, 6) 버림받음에서 오는 분노이다. 분노하게 되면 결과를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데 자유가 제한된다. 아주
심하게는 감옥에 가게 되거나 접근금지를 당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한다. 또한 타인에 대한 정신적, 신체적 피해가 발생하여 보상해야 하며 이로 따라 사람들과의 관계에 단절이 오게 된다. 이는 학교에서는 정학, 퇴학을 당하고 사회에서는 퇴사하게 된다. 이 외에도 재정적인 문제도 발생하는데 물건을 파괴한 것에 대한 비용, 법적
비용 등을 감당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의 신뢰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신뢰도 깨지게 되며 이로 따라
혼자 고립되어 생활하게 되고 자기 비난, 자기혐오로 인해 이차적으로 우울증 및 불안이 생기게 된다.
요즘 한국 사회는
분노조절장애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는데 실제로 진단받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분노조절장애라는
진단명은 사용하지 않으며 하나의 증상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된 진단명은 다양한데, 그중에 간헐성 폭발 장애가 우리가 생각하는 분노조절장애와 가장 유사하다. 간헐성
폭발 장애의 진단은 사람·동물·물체 등을 향해 공격적인 행위를 일주일에 2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하거나 1년에 3차례
이상 물건 파기 및 사람, 동물 폭행 등을 할 경우다. 주변에서
분노 조절의 문제가 있으면 치료를 권유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당사자는 법적인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스스로 치료받으러 오는 경우는 드물다. 법적인 문제 발생 후 죄를 경감받기 위해 내원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치료가 기본인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역의 항우울제를 사용하고 충동 조절을 위해 리튬이나 항경련제인 발프로에이트 같은 약을 사용한다. 또한 당장 발생한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신경안정제도 사용할 수 있다. 약물은
분노의 정도나 횟수를 줄여 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다. 과거에 누적된 분노나 적개심을 비공격적인
방법으로 표출하는 것을 배워야 하며 이 상황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이완훈련, 마음 챙김 훈련, 인지행동치료 등이 필요하다. 또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있다면
심리치료를 함께 병행하는 것이 좋다.
분노라는 감정을
내가 잘 알아채고 성숙하고 비공격적인 방법으로 분노를 해소하는 것이 진정한 어른이며 성숙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분노의 문제가 혼자서 잘 해결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상담해 보시길 꼭 권유하고 싶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지은